“자궁용종(폴립) 자궁경 후기”
시작은 작년 10월부터 임신준비로 배란일을 알아보기 위해 산부인과를 다니고서부터였다.
9월에 진행한 건강검진에서도 자궁에 용종이 있다고 했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고, 여자라면 대부분 한두개 있는게 일반적이라며 추적검사만 꾸준히 하라고 했기때문에 얼굴에 난 뾰루지같은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용종이 임신하려는 여성에게는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문제인가보다. 나같은 경우는 착상하는 위치에 여러개가 뽀글뽀글 모여있다고 했다. (젠장)
용종이 있다고 해서 임신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착상될 위치해 있으면 임신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제거하는 걸 추천했다. 남편은 동기에게 대전에 유명한 산부인과를 추천받았다며 그곳으로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12월의 마지막날, 대전에 있는 ‘서울여성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용종을 제거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12월 26일
생리가 끝나고 2일 후 토요일, 전화로 진료를 예약할 때 전화상담을 해주신 분이 ‘손성빈’ 원장님이 용종제거 잘하신다고 해서 그분께 진료를 받았다.
질 초음파를 보고 용종을 제거하는 걸 추천하셔서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다음달 수술을 말하시는걸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해달라고 해서 다음주인 12월 30일로 수술 예약을 잡았다.
수술은 자궁경으로 진행하기로.
진료 후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초검사를 받았다.
소변검사, 피검사, 심전도, 흉부 x-ray 정도 진행한 후, 컴백홈.
(진료비와 검사비 총 108,260원)
12월 30일 오전 9시
수술은 오후 4시 30분예정이었고 수술 8시간 전부터는 금식.
자궁경부 확장을 위한 기구를 삽입해야해서 오전 9시까지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갔다. (이때 이 기구가 뭔지 물어봤어야 하는거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넵 슨상님^^’ 해버렸다.)
기구를 삽입한 후 다시 집에 돌아가 쉬다가 수술 2시간 전에 다시 오면 된다길래 난 그 사이의 시간을 ‘영화를 볼까?’, ‘아이패드할까?’ 라며 허황된 꿈을 꿨었다지..?
삽입한다는 기구가 ‘라미나리아’라고 우리말로 ‘해초’였는데 이걸 넣자마자 뭔가 속이 조금 울렁거렸다. 나는 수술을 해본 적도, 링겔을 맞아본 적도 없어서 나의 불안감이 만들어 낸 불편함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고 가라고 했다. 엉덩이 한쪽에 하나씩맞고 바지를 깐 상태에서 알콜솜을 대고 있었는데 조금 수치스럽네...?ㅎㅎ
이때부터 울렁거림이 점점 심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울렁거림때문에 25분거리의 집까지 가지도 못하고 15분 거리의 어머님댁으로 달려갔다.
12월 30일 오전 10시~오후 2시
어머님댁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게워냈다.ㅜㅜ 8시간 공복이라고 해서 그전에 알차게 아침을 먹었는데 도로아미타불..
그래도 속을 비우니 울렁거림이 좀 줄어들었다. 하지만 더 싫은건 점점 심해지는 복통이었다. 수술 전까지 편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거 왜이래는데..!
대체 왜이리 아픈건가 검색해보니 이 해초때문이었다.
자궁경부를 확장시키는 방법에는 이 해초와 약,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자궁길이 열려본 적이 없는 여성은 해초를 사용한다나..?
라미나리아를 경부에 삽입하면 미역처럼 자궁에 있는 수분을 빨아들여 점점 불어난다고 한다. 다른 후기를 보니 이것땜에 기어서 나왔다, 아파서 밤새 울었다 등등 고통스런 얘기들 뿐.. 슨상님 왜 말 안해줬어요(부들부들😭)
그래도 약기운인지 뭔지 배는 아프지만 정신은 몽롱해서 계속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병원에 갈 시간이 왔다.
12월 30일 오후 2시 30분
다시 병원으로 오는 차안에서 또 한번 심한 울렁거림에 미추어버리는 줄..ㅎ
나 진짜 동남아가서 보트탈 때 온갖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다 오바이트할 때도 혼자 신났던 최강 달팽이관을 가진 인간이었는데, 그깟 해초따위에 난생처음 심한 멀미를 처음 느껴봤다.
어쨌든, 바로 수술실로 들어가 남편이 입원수속을 하는 동안 환자복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앗, 간호사님. 저 링겔 처음 맞아봐요. 살살 놔주세요..^.ㅜ
중간중간 마취과 선생님과 담당 의사선생님이 찾아와 수술에 대해 알려주고 가심.
이 불쾌한 복통을 앞으로 2시간이나 더 느껴야한다니, 그냥 바로 수술해줬으면 죠케따...
12월 30일 오후 4시
“환자분, 수술하러 가실게요.”
난생 처음하는 수술이라 걱정이 좀 됐지만 그것보다는 빨리 이 해초자식을 내 몸에서 빼버리고 싶어 냉큼 따라갔다. 근데 수술실 넘 어둡고 굉장히 춥네..?
아래 속옷을 벗고 수술대로 누우라고 하는데 추워서 몸이 달달 떨렸다.
팔과 다리를 고정하고 링겔에 주사를 놓길래 마취주사냐고 물으니 보조액(?)이라고 하신 것 같았다.
그리고 마취 마스크를 씌워주는데 갑자기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났다. ‘간혹 마취가 안드는 사람이 있대..!’ 아휴.. 요 근래 10년 동안 들어본 말 중에 제일 무서웠음. 혹시라도 마취가 안됐는데 내가 눈을 감으면 마취됐다고 오해할까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슨상님, 저 아직 잠들이 않았어요!👀’ 라고 무언의 뜻을 담아 눈을 부라렸다.
“한숨 푹 자면 됩니다.” 라고 말하는 마취슨상님을 보며
‘아니! 선생님 제 눈을 좀 보시라....zZZ’
12월 30일 오후 5시 30분 (아마도?)
내 기억이 삭제된건가?
눈을 감았다 떴는데 다시 입원실이었다. 나 아주 푹 잤나보다^^ㅎㅎ
해초자식이 빠져나간 배는 극심한 생리통같은 통증이 느껴졌지만 아까와 같은 불쾌한 느낌이 사라져서 한결 괜찮았다.
간호사분이 진통제를 놔주니 서서히 컨디션이 돌아와서 살만하군. 퇴원하기 전까지 남편이 부탁한 비싼 영양제를 맞으며 계속 쉬었다.
12 30일 오후 9시
드디어 퇴원이다. 퇴원 전 소변을 보라고 해서 갔더니 피가... 엄청 나있었다. 뜨헉. ‘이런게 바로 수술이로구나’ 하며 큰 패드로 교체한 후 옷을 갈아입고 차를 타러갔다. 가는 길에도 살짝 멀미가 나서 불편했다.
(용종제거 수술비와 영양제 총 419,170원)
집에 오자마자 죽을 먹었다. 하루종일 굶었지만 속이 울렁거려서 조금만 먹고 잠이 들었다.
12월 31일
수술이 잘 됐는지 확인하고 소독을 위해 다음날도 병원을 찾았다. 의사선생님이 용종제거 전/후 사진을 보여주며 총 3개를 제거했고, 깨끗하게 잘 제거됐다고 하셨다.
용종 하나의 위치가 나팔관쪽이라 난자가 나오는 길목에 있어서 애매했는데 제거하길 잘했다고. 피는 일주일정도 나올 거라고 했다.
(진료비 20,600원)
여전히 배와 아래는 쑤신다는 느낌이 났고, 점심에 밥먹고 15~20분 정도 가볍게 산책을 했는데 배가 찌릿한 느낌과 함께 피가났다. 아직은 푹 쉬어야 하는가보다 했다.
1월 3일
가끔씩 자궁쪽이 찌릿한 느낌? 생리통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컨디션은 괜찮다. 피는 여전히 조금씩 난다.
몰랐는데 링겔을 꽂았던 곳이 3, 4일 정도 지나니 주변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이라 난 몰랐징.
1월 6일
수술 일주일 후.
수술 경과와 소독, 떼어낸 용종이 혹시나 암이 아닐까 진행했던 조직검사의 결과를 들으러 마지막 진료를 받았다.
경과도 좋고 상처도 잘 아물고 있다고했다. 마지막으로 소독을 했는데 이거 하니까 또 하루 정도 피가나고 생리통처럼 또 아팠지만 하루가 지나니 멀쩡해짐.
아! 유착 가능성이 있고 아직 몸이 회복 중이니까 임신시도는 다음 달부터 하라고 하셨다.
나오는 길에 수납처에서 실비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받고 돌아왔다.
(진료비와 제증명발급 비용 총 49,960원)
1월 7일
전날 집에 돌아와 실비를 청구했는데 오늘 오후 2시쯤 입금이되었다.
실손의료비와 질병입원비, 실손의료비, 질병수술 담보의 항목으로 총 72만원 정도가 입금됨. 보험의 필요성을 느낀 순간. 그래, 내가 낸 돈이 얼만데!
근데 오후에 늦게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자궁용종은 16대 질병에 포함돼 이 부분에 대해서 보상을 받을 수가 있는데 ‘조직검사결과지’ 서류가 별도로 필요하다고 했다.
아니, 내가 병원에서 서류 받기 전 2번이나 전화해서 필요한 서류가 뭔지 물어봤는데 왜 이제와서 말해주시나요.ㅜ 다시 대전까지 가야하네.. 흑
실비청구에 필요한 서류는
입퇴원 확인서 또는 진단서(질병코드번호 기재 필수) / 입퇴원 진료비 영수증 / 진료비 세부내역서 / 통원 일자별 영수증 / 통원진료비 세부내역서 / 조직검사결과지
병원에서는 보험사에서 필요한 서류가 다르기때문에 보험사에 문의해봐야하지만 이정도면 다 될듯.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보험사에 미리 전화해보는게 좋겠다.
이번에 자궁경으로 용종제거 수술을 하면서 총 들어간 비용은 597,990원이었다.
이 중 실비청구와 상관없는 항목은 추가로 요청한 영양제 10만원과 제증명발급 비용 1만 3천원이니 수술에 들어간 실 비용은 484,990원이다.
계산하기 편하게 산부인과 관련된 비용은 신용카드를 사용했고 보험금이 들어오자마자 한번에 선결제로 카드값을 결제했다. 속 시원~!
자궁용종 제거수술은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가벼운 수술이 맞긴 하지만 난 수술이 힘들었던게 아니고 수술 전 자궁경부 확장을 위한 과정이 너무 괴로웠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해초..😨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궁용종은 제거를 해도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그전에 예쁜 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
자궁용종제거 자궁경 후기 끝.
'쌀소보루의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던킨X미니멀웍스 랜턴 후기 (던킨미니멀웍스 랜턴) (0) | 2021.01.11 |
---|---|
[리뷰] 스타벅스 ‘블랙 앤 골드 머그’ 구매후기💕 (0) | 2021.01.08 |
로지텍 페블 마우스(M350) 내돈내산 후기 (사용방법, 사용팁) (2) | 2021.01.06 |
스타벅스 블랙링머그컵 후기💕 (5) | 2021.01.05 |
밀프렙(Meal Prep) 시작해봐요 :-) (밀프렙이란?) (2) | 2021.01.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