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김유진 지음
(14,800원)
출판사 FIKA
"수많은 인간관계와 수많은 말들로부터
내 마음을 지킬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는 인간관계와 대화법에 대한 에세이이다.
사실 나는 책을 잘 읽지도 않거니와, 그나마 읽는 책은 대부분 소설책이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우연히. 정말 우연히였다. 얼마전 남편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중 불편한 주제가 말다툼이 되고 그게 주말 내내 '침묵'이라는 싸움이 됐다. 마음이 답답해서 무작정 집을 나왔는데 코로나로 갈 곳이 서점뿐이었다.
내 마음을 달래주거나, 나의 생각을 정리해 줄 무언가가 필요해 이런저런 관련 책을 들여다보던 중 눈에 들어 온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지금 내 상황때문인가?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책 내용이 마치 지금 나를 위해 쓰여진 것처럼 필요한 말들로 가득했다. 바로 그 책을 들고가 계산을 하고 구석에 앉아 단숨에 반을 읽었다. (내가 내 의지로 책을 산건 정말 백만년만인듯.)
내가 이 책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있었다.작가의 이름이 나와 동명이라는 것. 그리고 학창시절 육상부였다는 것과 지금은 '살쪘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는 것까지 똑같아서 소오름이 돋을 수 밖에..ㅎ
어쨌든,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라 홀린듯 남편에게 장문의 편지를 눈물 찔끔거리며 썼다. 누군가가 날 봤다면 아주 서점에 웬 진상인가 싶었을거다.
그래도 그 덕에 지금 우리 부부는 화해를 하고 다시 잘 지내고 있다지.
"나는 좋은 말을 하면서
하루하루
단단한 사람이 되어간다."
이 책은 효과적인 대화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닌 것 같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도 이해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정말 우리가 대화를 통해 흔히 느끼는 감정들을 '아, 그렇구나.'하고 생각하게 해준다.
읽으면 읽을 수록
'사람들 생각하는거 다 똑같구나', '나랑 비슷한 상황이 많네'라며 마치 나와 평행이론의 삶을 살고 있는건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든다.
「편견은 타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모두 자기 틀에 집어넣는 고집스런 마음이다.
그런 마음은 왜 생길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내가 정말 백프로, 천프로 공감하는 말이다.
보고나면 누구나 '맞아!'라고 납득할 말이지만 왜 일상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여지껏 말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대부분의 이유가 이거였는데.
그리고 이 책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예쁜 스토리, 멋드러진 말같은건 없다.
그냥 현실직시. 담담하게 이해가 잘 가는 말들로 쓰여져 있어서 잘 읽히고 더 잘 이해가간다. (오글오글거리는 말들은 딱 질색)
자기반성까지 할 수 있다는 건 덤이다.
「대화를 하면 상처를 피할 수 없다.」
「'뭐 그런 말에 상처를 받느냐'는 충고나 위로에 휘둘리지 말아야한다. 상처는 보편화될 수 없는 내 고유한 내 감정이니까.
내가 어떤 말에 상처받고 있다고 이해를 구할 필요도 없다.
다만 알려야한다.」
「화를 내기에는 애매한데 상처받는 말을 들었다면 '순간 침묵'으로 그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게 상책이다.」
나는 왜 이 쉬운 방법을 이제 알았을까? 입만 다물면 될 것을 굳이 용을 써가며 상대방을 이해시키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근데 지금도 침묵으로 나의 상황을 표현하는건 여전히 힘들다..ㅎㅎ
"나를 지키고 관계를 지키는
일상의 단단한 언어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는 내용을 곱씹게 되는 책이다.
책과는 거리가 먼 나지만 이 책은 내 마음이 힘들거나, 인간관계에 고민이 생겼을 때마다 옆에 두고 읽고 싶을 것 같다.
hoxy..나처럼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상처를 받았다면, 또는 내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를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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